살출제 사이다 사건의 피해자의 집에서도 똑같은 농약이 발견되 갈수록 수사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전체 주민 42가구 86명인 마을. 이곳 마을회관에서 살충제가 든 사이다를 할머니 6명이 마시고 그중 2명이 숨졌다. 지난 14일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에서 일어난 일명 ‘상주 살충제 사이다 사건’이다. 경찰은 발생 엿새 뒤인 20일 마을회관에 같이 있었으나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박모(83) 할머니를 구속했다.

　하지만 사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경찰이 유력하다고 주장한 물증과 정황을 뒤흔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이대로면 법정 다툼이 만만치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애초 경찰이 제시한 유력 증거는 크게 세 가지였다. 마을회관에 있던 노인들 중 박 할머니만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고, 박 할머니 집에서 사이다에 든 것과 같은 살충제(메소밀)가 나왔으며, 옷과 전동스쿠터 손잡이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등이었다. “화투 놀이를 하다가, 또 논 임대료 문제로 다른 할머니들과 다퉜다”는 주민 증언도 확보했다.

　박 할머니 측은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자신은 사이다를 나눠 마신 뒤에 마을회관에 도착했다고 주장했다. 회관에 “할머니들이 누워 있길래 자는 줄 알았고, 입에 거품이 있어 닦아줬다”고 했다. 또 “거품을 닦아줬기 때문에 옷과 스쿠터 손잡이에 살충제가 묻은 것”이라는 방어 논리를 폈다. 집에서 살충제 병이 나온 데 대해서는 “범인이라면 놔뒀겠느냐. 누군가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했다. 이 살충제 병에서 할머니 지문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박 할머니를 추가 조사하려 했으나 할머니는 “범행하지 않았다”는 것 말고 진술을 하지 않았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 역시 거부했다. 게다가 지난 22일 변호인이 갑자기 사임하면서 조사가 중단됐다. 사임한 박 할머니의 변호인은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사임 이유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newsmall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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