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말 내년 2월 졸업 예정자를 신입 직원으로 채용한 A사는 9월 학기가 시작된 후 직원이 김영란법으로 인해 학교 측이 취업계를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소연하자 고민에 빠졌다. 법 위반을 우려한 A사는 입사 직원과 논의 끝에 휴학을 권유했다. 법 규정이 바뀌거나 학칙의 변경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사 인사 담당자는 "이미 채용해 일하는 직원을 내보내기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결정을 내리기는 했지만 당분간은 신입 채용 시 졸업예정자는 뽑지 않을 생각"이라며 "채용시기도 학기가 진행 중인 9월과 12월로 바꿔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졸업예정자의 지원을 피하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올 9월 28일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이후 기업들이 졸업에정자를 채용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계를 낸 졸업예정자의 출석을 시험이나 레포트로 대체해주는 것이 부정청탁에 해당된다는 해석 때문이다.

취업포털 사람인(대표 이정근)에 따르면 최근 기업 335개사를 대상으로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졸업예정자 채용 부담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29.3%가 ‘부담이 생겼다’라고 답했다. 또 기존에 졸업예정자를 채용했던 기업(86개사) 중 절반 이상(54.7%)은 향후 졸업예정자를 채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업 형태별로는 대기업의 경우 2곳 중 1곳이 졸업예정자를 채용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으로 ‘중견기업’(40.5%), ‘중소기업’(26.9%)의 순으로 부담된다는 비율이 높았다.

사람인은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이 신입 채용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신입을 채용한 기업 202개사 가운데 법을 우려해 자격요건에서 졸업예정자에 대한 요건을 새로 만든 기업은 21.8%였다. 사람인 관계자는 “이들 기업은 자격요건에 졸업자만 명시하거나 특정 입사일을 맞출 수 있는 자로 명시하는 등 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채용 규정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들 기업 중 8.9%는 채용 평가 시 졸업예정자인 것을 이유로 불합격시킨 지원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종합격자 중 졸업예정자가 있었던 기업(91개사)에게 재학 중인 지원자를 위한 취업계 처리 방법을 묻자 과반수 이상인 65.9%가 ‘학교에서 취업계를 인정’ 받았다고 답했으나, ‘회사에서 입사일을 조정’(18.7%)해 주거나 ‘취업계를 인정 못 받아 입사를 포기’(7.7%)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법 시행 후 아직 신입 채용을 하지 않은 기업(133개사) 가운데에서도 10.5%는 졸업예정자를 선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 채용 시기를 연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윤혁 기자  jang@deconom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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