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는게 가능한 일일까. 또 설립된다면 어떤 형태로 활동을 할까"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실업자 노조추진위"가 울산에서 결성돼 본격활동에 나서면서 갖가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태동단계로 관계법이 마련되지 않아 현재로선 실현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지만 정부가 노동관계법 개정때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포함시킬 방침이어서 진척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추진위는 노조설립 추진배경에 대해 "많은 실업자들이 기업의 경영난으로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실직했기 때문에 이들의 권익향상에 앞장서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라고 말했다.

　실업자들이 크게는 경제발전의 "희생양"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노조를 설립, 국가를 대신해 이들의 권익과 고용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실업자 노조가 실현되면 사용자는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임자는 정부로부터 급여를 받고 실업정책을 뒷받침하는 업무를 볼 수도 있다.

　새마을협의회 등 관변단체처럼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고 실업자들의 일자리 주선 등 정부정책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양대노총과 조직운영의 맥을 같이하는 "제3의 노총" 형태를 지향한다"고 밝혀 속단하긴 이르지만 먼 장래에는 "제3의 노총"이 태동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양대노총처럼 산하에 금융·금속·화학연맹 등을 만들어 해당분야 실업자나 퇴직자를 전임케 해 국가적인 실업활동을 벌인다는 것.

　추진위원 대부분이 80년대말 민주화운동이 본격화될 당시 노조설립을 주도하고 순수 노동운동을 한 사람들로 당시 경험을 활용, 과격 노사분규의 중재도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노사관계의 불안은 결국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새로운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분규현장의 조정역할도 노조의 활동반경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추진위가 생각하는 노조설립이나 활동방향은 정부가 노사관계 개혁 로드맵을 통해 검토중인 방안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노동부가 검토하고 있는 "실업자 노조설립" 문제는 산별형태의 초기업 단위노조에 한해 실업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선에 머물러 있다.

　추진위 김기봉 사무국장(51)은 "실업자 노조문제는 모두에게 생소한 문제이기 아직은 정확한 시나리오가 없다"며 "추석후 상경활동과정에서 충분히 의견개진을 한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추성태기자 ch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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