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일방적으로 고용관계를 해지할 수 있는 사직서를 미리 받아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회사에서 정한 취업규칙에 위배된 것이라면 사직서에 근거한 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김영태 부장판사)는 20일 교통안전공단의 이사대우였던 이모씨가 "공단 취업규칙에 정한 임기를 무시하고 미리 받아둔 사직서를 이유로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계약은 무효로 보도록 돼 있다"며 "취업규칙에 엄연히 임기가 3년으로 정해져 있는데도 미리 받아둔 사직서에 근거해 임기중 해고한 것은 근로자의 신분을 보장하는 근로기준법과 취업규칙에 위배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로부터 일방적 근로계약 해지권을 받아두는 내부적인 특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실제로 임기를 명시해 원고를 임용했다면 이 특약은 법과 취업규칙에 정해진 임기규정을 벗어나는 약정으로서 무효"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2001년 5월 교통안전공단의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 당시 공단 이사장에게 "상기 본인은 개인사정으로 사직하고자 하옵니다(사직일자는 이사장님께 위임합니다)"란 사직서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2004년 5월까지 이사대우를 연임하게 됐다. [연합]

경상일보, KS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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